날이 좋다. 봄처녀 마음이 일렁일렁. 코트대신 가벼운 자켓이나 가디건 차림에도 춥지 않다. 얼마 전, 바람을 채워넣은 베스파는 빠방하니 신나서 잘도 달린다. 오죽하면, 출근길에 랄라랄라 콧노래를 불렀을까. '오늘밤은 어둠이 무서워요'를 듣자니 벌써 일 년, 이란 말이 맴돈..
찬 바람 사이에 온기가 숨어 있다. 꽃이 색을 입기 시작했다. 아들과 딸이 떠난 방에 혼자 앉아서 창문 밖으로 봄을 보았다. 계절은 선명하게 제 옷을 갈아입는데 나는 내 인생의 옷장 앞에서 아직도 멀뚱히 서성이고만 있다. 확신을 가지고 했던 많은 일들을 뒤로 하고- [이게 아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