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해는 짧다. 보고 싶은 이를 볼 수 없어 이를 악물고 숫자를 세었던 밤은 자꾸 길어지기만 했다. 종이장 마냥 엄지 손톱을 또 뜯었다. 뜯겨질 때로 뜯어 상처만 남은 곳에 다시 이를 박았다. 너덜너덜해진 손톱은 알고 있을 이 그리움을 너는 몰라준다. 뒤꿈치가 닳은 너덜너덜한..
- 위로 해 줘.- 해 주고 있잖아.- 말로 말고. 몸으로.- 니 몸은 슬럼프도 없냐! 보일러가 고장 난 어느 날, 너는 전기장판에 누워 이불을 뒤집어쓰고 슬럼프를 앓고 있는 나를 위로해주었다. 잘 하려는 욕심이 있으니 슬럼프도 있는 거야, 너의 목소리가 너무 다정해서 일부러 ..
- 갑자기 무서워졌어. - 왜? - 죽을 때도 연습생일까 봐. 씨발 생각만 해도 오싹해. - 종현아. - 응? - 라면 물 넘친다. - 아 진짜! 그래도 그 땐 우리의 청춘이 아름답다 생각했었다. 까짓것 데뷔 못해도 최종현 하나쯤은 남아있을 줄 알았으니까. 빛나는 청춘 한 가운데 서 있던 우..
- 나 아프데 - 지랄 걷던 길을 멈추고 빨간 목도리를 추스렸다. - 너도. 병원가봐 - 뭐? - . 미안. 핸드폰을 귀에 밀착시키고 정적이 흐르는 어색과 고요함 속에 긴 호흡을 내쉬었다. 불안정한 핸드폰 수신 상태에 들려오는 짤막한 목소리가 파도처럼 밀려온다. 어떤 말이든 지껄여..
선후배사이 최종현x안다니엘 출입문 가운데 본래 영화과 자료실이라 적혀있던 표지판은 유창현에 의해 영화과 수면실로 바뀌였다. 그 역사 속에 함께 있었던 나는 유딩같은 짓거리에 코 웃음 쳤을 뿐 말리지는 않았다. 검정 네임펜으로 자료실 글짜에 줄을 긋고 수면실이라는 글짜..
1998년 8월 26일 SK그룹의 2대 회장으로 SK를 대한민국의 대표적 기업가운데 하나로 키운 최종현 씨가 69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1973년 창업주이자 맏형인 최종건 회장이 죽자 경영권을 이어받아 석유파동으로 인한 극심한 불황 속에서도 기업의 토대를 굳히고 유공과 한국이동통신을 ..